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시멘트 액체방수 두께 부족 항목에 대해 판단하면서, 하자보수비는 1994년도 표준시방서 기준인 벽 6㎜, 바닥 10㎜를 기준으로 산정되어야 한다고 보았다(서울고등법원 2024. 9. 4. 선고 2023나2022260 판결).
위 사건에서 문제 된 아파트는 2013년 이후 사업승인을 받은 건물이었고, 사용승인도면이나 특기시방서, 현장시방서에 시멘트 액체방수 두께 기준이 기재되어 있지는 아니하였다. 따라서 시멘트 액체방수의 두께가 부족한지는 표준시방서를 바탕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표준시방서는 2013년 이후부터 액체방수의 기준 두께를 최소 4㎜로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고등법원은 시멘트 액체방수가 과거 표준시방서에서 정한 것과 같이 벽 6㎜, 바닥 10㎜ 수준으로 시공되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위와 같이 판단한 근거로 여러 가지 이유를 들었지만,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판단이 기술적ㆍ법리적 측면에서 합리적이었는지는 의문이다. 결국 법원이 다소 불합리한 판단에 이르게 된 것에는 감정인의 의견이 주효하였는데, 감정인은 표준시방서의 개정 취지를 인정하면서도, 갖가지 이유로 벽 6㎜, 바닥 10㎜의 과거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변경하지 않았다.
표준시방서는 국토교통부가 학회 등 전문가를 선정하여 제ㆍ개정하고 고시하는 일종의 법령이며, 건축물에 하자가 존재하는지 판단하는 강력한 기준이다. 국토교통부는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표준시방서를 제정하고, 필요한 경우 학계와 전문가들의 최신 연구 결과 및 의견 등을 신중하게 반영하여 기술 동향을 반영해나간다.
그런데 감정인은 건설 전반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일반적인 전문가이기는 하지만, 시멘트 액체방수와 같은 특정 공정에 정통한 전문가라고 보기는 어렵다. 당사자 사이에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할 정도로 복잡한 사항에 대해서는 감정인이라 하더라도 명확한 판단이 쉽지 않고, 판단 과정에서 감정인의 성향이나 입장, 과거 경험과 같은 개인적 주관이 개입할 개연성 또한 높다. 특히 최근과 같이 감정인 의견이 중요해지고 소송 역시 기획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감정인이 하자 소송을 다수 제기하고 감정인 선정에 대한 권한이 있는 원고 대리인의 입장을 무시하기가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즉, 감정인의 의견은 애시당초 기술적으로 완벽한 것이 아니며, 만약 감정인이 일반적인 기준에 반하는 판단을 하였다면 그 의견은 감정인의 주관적 견해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법원은 감정인에게 이와 같은 판단을 한 구체적인 이유와 자료를 제시하도록 하여 자신만의 합리적 판단을 내릴 의무가 있다. 그러나 법원은 감정인 판단의 합리성을 적극적으로 확인하는 대신 비판 없이 그대로 인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법원 역시 표준시방서라는 명시적 기준에 반하는 감정인 의견에 의문을 품지 않을 리 없다. 다만 법원은 전문가 의견이라는 편리한 방어 논리를 이용하여 현실적인 타협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인 감정인의 의견을 따르기만 한다면 수고를 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판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은 최종적인 판단의 주체가 자신들이며, 감정인은 법원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보조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아니된다. 합리성을 의심하기 충분한 사정이 있음에도 적극적인 확인도 없이 감정인 의견에 따라 기계적으로 판단한다면, 어찌 법원을 실체적 진실에 따라 기우는 저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판단 앞에 당당할 수 있겠는가.
표준시방서는 2013년 이후 시멘트 액체방수의 두께 기준을 4㎜로 제시하고 있지만, 다수의 감정인이나 법원은 여전히 과거의 기준을 적용하여 과다하게 산정된 하자보수비를 인정하고 있다. 명시적인 기준이 있음에도 단순히 감정인 개인의 의견에 따라 시공사에게 부당한 하자보수비를 인정하는 이 같은 판결 관행은 지양되어야 하며, 이제부터라도 법원이 최종 판단 주체로서의 책임감을 각성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합리적 판단에 임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정홍식 변호사(법무법인 화인)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409290910107130537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시멘트 액체방수 두께 부족 항목에 대해 판단하면서, 하자보수비는 1994년도 표준시방서 기준인 벽 6㎜, 바닥 10㎜를 기준으로 산정되어야 한다고 보았다(서울고등법원 2024. 9. 4. 선고 2023나2022260 판결).
위 사건에서 문제 된 아파트는 2013년 이후 사업승인을 받은 건물이었고, 사용승인도면이나 특기시방서, 현장시방서에 시멘트 액체방수 두께 기준이 기재되어 있지는 아니하였다. 따라서 시멘트 액체방수의 두께가 부족한지는 표준시방서를 바탕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표준시방서는 2013년 이후부터 액체방수의 기준 두께를 최소 4㎜로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고등법원은 시멘트 액체방수가 과거 표준시방서에서 정한 것과 같이 벽 6㎜, 바닥 10㎜ 수준으로 시공되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위와 같이 판단한 근거로 여러 가지 이유를 들었지만,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판단이 기술적ㆍ법리적 측면에서 합리적이었는지는 의문이다. 결국 법원이 다소 불합리한 판단에 이르게 된 것에는 감정인의 의견이 주효하였는데, 감정인은 표준시방서의 개정 취지를 인정하면서도, 갖가지 이유로 벽 6㎜, 바닥 10㎜의 과거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변경하지 않았다.
표준시방서는 국토교통부가 학회 등 전문가를 선정하여 제ㆍ개정하고 고시하는 일종의 법령이며, 건축물에 하자가 존재하는지 판단하는 강력한 기준이다. 국토교통부는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표준시방서를 제정하고, 필요한 경우 학계와 전문가들의 최신 연구 결과 및 의견 등을 신중하게 반영하여 기술 동향을 반영해나간다.
그런데 감정인은 건설 전반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일반적인 전문가이기는 하지만, 시멘트 액체방수와 같은 특정 공정에 정통한 전문가라고 보기는 어렵다. 당사자 사이에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할 정도로 복잡한 사항에 대해서는 감정인이라 하더라도 명확한 판단이 쉽지 않고, 판단 과정에서 감정인의 성향이나 입장, 과거 경험과 같은 개인적 주관이 개입할 개연성 또한 높다. 특히 최근과 같이 감정인 의견이 중요해지고 소송 역시 기획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감정인이 하자 소송을 다수 제기하고 감정인 선정에 대한 권한이 있는 원고 대리인의 입장을 무시하기가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즉, 감정인의 의견은 애시당초 기술적으로 완벽한 것이 아니며, 만약 감정인이 일반적인 기준에 반하는 판단을 하였다면 그 의견은 감정인의 주관적 견해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법원은 감정인에게 이와 같은 판단을 한 구체적인 이유와 자료를 제시하도록 하여 자신만의 합리적 판단을 내릴 의무가 있다. 그러나 법원은 감정인 판단의 합리성을 적극적으로 확인하는 대신 비판 없이 그대로 인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법원 역시 표준시방서라는 명시적 기준에 반하는 감정인 의견에 의문을 품지 않을 리 없다. 다만 법원은 전문가 의견이라는 편리한 방어 논리를 이용하여 현실적인 타협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인 감정인의 의견을 따르기만 한다면 수고를 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판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은 최종적인 판단의 주체가 자신들이며, 감정인은 법원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보조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아니된다. 합리성을 의심하기 충분한 사정이 있음에도 적극적인 확인도 없이 감정인 의견에 따라 기계적으로 판단한다면, 어찌 법원을 실체적 진실에 따라 기우는 저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판단 앞에 당당할 수 있겠는가.
표준시방서는 2013년 이후 시멘트 액체방수의 두께 기준을 4㎜로 제시하고 있지만, 다수의 감정인이나 법원은 여전히 과거의 기준을 적용하여 과다하게 산정된 하자보수비를 인정하고 있다. 명시적인 기준이 있음에도 단순히 감정인 개인의 의견에 따라 시공사에게 부당한 하자보수비를 인정하는 이 같은 판결 관행은 지양되어야 하며, 이제부터라도 법원이 최종 판단 주체로서의 책임감을 각성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합리적 판단에 임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정홍식 변호사(법무법인 화인)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409290910107130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