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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라운지] 제연설비 성능 부족 하자 주장의 부당성

202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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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파트 하자 소송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하자 항목이 있다. 바로 제연설비(화재 발생 시 연기를 배출하고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여 피난 및 소화활동을 돕는 설비) 성능 부족 항목이다. 제연설비는 아파트와 일체를 이루는 구조물은 아니기 때문에 그동안 성능 부족 하자 주장이 제기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소송이 기획화ㆍ전문화되면서 전문업체들이 특수 설비들도 하자 항목에 포함하기 시작하였고, 특정 사건에서 제연설비에 대한 거액의 하자보수비가 인정되자 몇몇 아파트 단지에서 시작된 제연설비 하자 주장이 다른 사건들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제연설비의 종류 및 성능은 소방청 고시인 제연설비의 화재안전기준(NFSC 501)에 규정되어 있는데, 원고들은 보통 전체 제연설비 중 제연댐퍼의 공급 풍속이나 방화문 개방력만을 문제 삼는다.

그러나 원고들의 제연설비 하자 주장은 건축물의 사용승인 절차를 무시한 것이다. 하자 소송의 대상이 되는 아파트는 사용승인을 받고 입주가 이루어진 건축물이며, 사용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소방시설(제연설비 포함)에 대한 성능시험을 진행하고 필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또한 입주민들은 건축물을 인도받은 후 매년 소방시설 점검을 받아야 하는 바, 사용승인 이후의 성능 변화는 입주민들의 관리 소홀로 인한 것일 뿐 시공상 하자가 아니다.

원고들이 주장하는 하자가 관리 부족으로 인한 것임은 주장 항목을 보더라도 분명하다. 피난 공간에 공기를 공급하는 제연댐퍼는 통상 3년의 보증기간을 제공하는 전자제품으로, 지속적인 관리 없이 무제한의 성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또한 피난 공간 방화문의 개방력(가압 시 110N, 환산하면 11㎏ 물체를 수직으로 들어올리는 힘)은 일상생활에서 과한 측면이 있어 입주 후 입주자들이 약하게 조정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백보 양보하여 원고들의 주장에 따라 제연설비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원고들이 제시하는 조사 방법은 신빙할 수 없다. 현재 제연설비 성능을 검사하는 공인된 방법은 한국소방기술사회에서 정한 T.A.B.검사가 유일하며, 건축물 사용승인 시에도 T.A.B.검사에 따라 시험이 진행된다. 문제는 T.A.B.검사가 모든 층의 피난 공간을 동시에 가압하고 진행된다는 점인데(피난 공간이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입주가 완료된 아파트의 모든 층을 통제하고 시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원고들이 제연댐퍼 풍속과 방화문 개방력만을 문제삼는 이유는, 가압 없이 시험할 수 있어 까다로운 T.A.B.검사를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①제연설비가 화재 발생 시 대피를 위한 설비라는 점 ②관계 법령들이 가압 환경을 바탕으로 성능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 ③공인된 설비 성능 조사 방법인 T.A.B.검사는 가압 환경에서의 검사를 분명히 지시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가압 없는 환경에서의 제연설비 검증은 하자 판단을 위한 적정한 방법이라 볼 수 없다.

한편 위와 같이 부적정한 방법으로나마 조사하여 하자가 확인되더라도, 원고들이 주장하는 보수비는 부당하게 과다하다. 공인된 제연댐퍼가 설치된 후 현재 성능이 저하된 것이라면 단순 수리만으로 보수될 수 있으며, 방화문 개방력 역시 간단한 공구로 도어체크를 조정하여 손쉽게 변경할 수 있는데, 설비 교체만이 답이라는 원고의 주장은 상식과도 맞지 않는다.

입주자들이 주장하는 제연설비 하자는 항목의 성질상 그 성능 저하를 시공상 잘못으로 볼 여지가 없다. 또한 현재로서는 관련 하자의 존재나 보수비를 입증할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인데, 법원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제기된 감정을 최대한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 관련된 규정이나 공인된 방법이 없어 입주자들이 권리행사에 불편을 겪게 되는 상황은 안타까우나, 시공사가 입증되지 않은 사실에 대하여 과다한 책임을 부담케 하는 것 또한 법 원칙에 부합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법원이 원칙에 입각한 판단을 하여 전체적인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기를 바라며, 빠른 시일 내 공정한 기준이 정립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 등에도 촉구하는 바이다.

정홍식 변호사(법무법인 화인)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410270922573610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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