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에 발생한 균열의 보수는 건축물 생애 주기 중 유지ㆍ관리 영역에 속하는 영역이다. 우리 법은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건물의 안전진단 및 보수 방법, 보수비용을 산정하는 기준 등을 정하도록 하고, 이에 국토교통부는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 실시 등에 관한 지침을 고시하여 세부적인 기준도 마련해두었다. 위 지침에 따르면 건물에 발생한 손상 모두가 보수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며, 관계 법령이나 표준시방서 등을 기준으로 보수의 필요성과 방법이 결정되어야 한다.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 실시 등에 관한 지침
제31조(보수ㆍ보강의 필요성 판단) ①보수의 필요성은 발생된 손상(균열 등)이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는가의 판단에 의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 본 지침 및 표준시방서 등의 각종 기준을 참조한다.
제33조(공법의 선정) 시설물 결함에 따른 보수ㆍ보강은 결함 발생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 후 각종 기준(표준시방서, 콘크리트 보수보강요령, 공동주택하자판정기준 등)을 참고해 결함부위 또는 부재에 가장 적합한 보수ㆍ보강공법을 선정하도록 하며, 공법의 적용성, 구조적 안전성, 경제성 등을 검토하여 결정한다.
일반적인 콘크리트의 허용균열폭은 습윤 환경일 경우 0.3㎜인데, 관계 법령에 따르면 허용균열폭 미만의 균열은 시공하자로 볼 수 없어 보수할 필요가 없다(콘크리트구조 사용성 설계기준, 표준시방서,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 실시 등에 관한 지침, 공동주택 하자판정 기준 등). 다만, 유지관리 업계에서는 미관상 지장 등을 고려하여, 균열 위에 소위 ‘퍼티’라 부르는 일반 보수재를 바른 뒤 페인트를 칠하는 방법으로 간단하게 보수를 하고 있다(표면처리공법과는 다르며 보수비용이 표면처리공법 적용 대비 10분의 1 수준이다).
위와 같은 간단한 방법만으로도 충분한 보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연구를 통해 이미 밝혀진 바 있다. 전국 85개 노후 아파트 단지(10년 이하 26개, 11∼20년 44개, 21년 이상 15개 단지)를 대상으로 2000년도에 진행된 연구 논문에 따르면, 허용균열폭 이상의 균열이 확인되는 아파트는 36%에 불과하고, 나머지 64%의 아파트에는 허용균열폭 미만 균열이 존재하였다. 논문은 노후 아파트가 구체적 기준 없이 경험에 의존하여 보수되는 실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으나, 외벽 콘크리트의 중성화가 확인되는 아파트는 8%에 불과하였으며, 철근 부식이 우려되는 비율 역시 30% 수준이었다(허용균열폭 이상의 균열이 확인된 아파트가 36%임을 감안하면, 대부분이 허용균열폭 이상 균열로 인하여 부식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2009년 허용균열폭 미만의 균열이 하자에 해당하고 표면처리공법으로 보수비를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고, 같은 취지의 건설감정실무는 2011년 발간되었다. 따라서 위 연구가 진행된 2000년도 당시에는 허용균열폭 미만 균열을 보수하지 않거나 간단하게 보수하는 것이 업계 관행이었으며, 그러한 관행이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노후 아파트에 허용균열폭 미만 균열로 인한 하자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 관계 법령이 보수 방법을 명시하지 않고 오히려 허용균열폭 미만 균열을 보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점에서 기존 보수 방법의 효과는 충분히 입증된다.
그러나 법원은 현실을 외면하고 표면처리공법 적용을 고집하여 시공사가 10배 비싼 보수비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허용균열폭 설정의 필요성과 체계적 설정 과정, 입증된 효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허용균열폭 미만 균열이 하자가 아님은 분명하다. 그러나 더 큰 하자로 발전할 수 있다는 막연한 가능성에 집중해 허용균열폭 미만 균열을 하자라고 본다면, 적어도 보수비는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는 보수 방법을 고려하여 산정되어야 한다. 전문가의 판단과 관계 법령의 체계를 무시하면서까지 하자를 폭넓게 인정하면서 그 보수비까지 과다하게 부담케 하는 지금 법원의 판단으로는, 손해의 공평 타당한 분담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신뢰는 원칙이 지켜질 때 생기기 마련이다. 법과 상식에 기반한 합리적 판단을 하고 당사자가 결과에 수긍할 수 있을 때, 법원 판단에 대한 일반의 신뢰가 유지되는 것이다. 법원은 이러한 기본적인 원리를 돌아볼 필요가 있으며, 이제라도 당사자 사이의 균형을 고려한 합리적인 판단을 하여 신뢰를 회복하여 나가야 할 것이다.
정홍식 변호사(법무법인 화인)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407060258436200783
건물에 발생한 균열의 보수는 건축물 생애 주기 중 유지ㆍ관리 영역에 속하는 영역이다. 우리 법은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건물의 안전진단 및 보수 방법, 보수비용을 산정하는 기준 등을 정하도록 하고, 이에 국토교통부는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 실시 등에 관한 지침을 고시하여 세부적인 기준도 마련해두었다. 위 지침에 따르면 건물에 발생한 손상 모두가 보수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며, 관계 법령이나 표준시방서 등을 기준으로 보수의 필요성과 방법이 결정되어야 한다.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 실시 등에 관한 지침
제31조(보수ㆍ보강의 필요성 판단) ①보수의 필요성은 발생된 손상(균열 등)이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는가의 판단에 의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 본 지침 및 표준시방서 등의 각종 기준을 참조한다.
제33조(공법의 선정) 시설물 결함에 따른 보수ㆍ보강은 결함 발생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 후 각종 기준(표준시방서, 콘크리트 보수보강요령, 공동주택하자판정기준 등)을 참고해 결함부위 또는 부재에 가장 적합한 보수ㆍ보강공법을 선정하도록 하며, 공법의 적용성, 구조적 안전성, 경제성 등을 검토하여 결정한다.
일반적인 콘크리트의 허용균열폭은 습윤 환경일 경우 0.3㎜인데, 관계 법령에 따르면 허용균열폭 미만의 균열은 시공하자로 볼 수 없어 보수할 필요가 없다(콘크리트구조 사용성 설계기준, 표준시방서,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 실시 등에 관한 지침, 공동주택 하자판정 기준 등). 다만, 유지관리 업계에서는 미관상 지장 등을 고려하여, 균열 위에 소위 ‘퍼티’라 부르는 일반 보수재를 바른 뒤 페인트를 칠하는 방법으로 간단하게 보수를 하고 있다(표면처리공법과는 다르며 보수비용이 표면처리공법 적용 대비 10분의 1 수준이다).
위와 같은 간단한 방법만으로도 충분한 보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연구를 통해 이미 밝혀진 바 있다. 전국 85개 노후 아파트 단지(10년 이하 26개, 11∼20년 44개, 21년 이상 15개 단지)를 대상으로 2000년도에 진행된 연구 논문에 따르면, 허용균열폭 이상의 균열이 확인되는 아파트는 36%에 불과하고, 나머지 64%의 아파트에는 허용균열폭 미만 균열이 존재하였다. 논문은 노후 아파트가 구체적 기준 없이 경험에 의존하여 보수되는 실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으나, 외벽 콘크리트의 중성화가 확인되는 아파트는 8%에 불과하였으며, 철근 부식이 우려되는 비율 역시 30% 수준이었다(허용균열폭 이상의 균열이 확인된 아파트가 36%임을 감안하면, 대부분이 허용균열폭 이상 균열로 인하여 부식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2009년 허용균열폭 미만의 균열이 하자에 해당하고 표면처리공법으로 보수비를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고, 같은 취지의 건설감정실무는 2011년 발간되었다. 따라서 위 연구가 진행된 2000년도 당시에는 허용균열폭 미만 균열을 보수하지 않거나 간단하게 보수하는 것이 업계 관행이었으며, 그러한 관행이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노후 아파트에 허용균열폭 미만 균열로 인한 하자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 관계 법령이 보수 방법을 명시하지 않고 오히려 허용균열폭 미만 균열을 보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점에서 기존 보수 방법의 효과는 충분히 입증된다.
그러나 법원은 현실을 외면하고 표면처리공법 적용을 고집하여 시공사가 10배 비싼 보수비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허용균열폭 설정의 필요성과 체계적 설정 과정, 입증된 효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허용균열폭 미만 균열이 하자가 아님은 분명하다. 그러나 더 큰 하자로 발전할 수 있다는 막연한 가능성에 집중해 허용균열폭 미만 균열을 하자라고 본다면, 적어도 보수비는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는 보수 방법을 고려하여 산정되어야 한다. 전문가의 판단과 관계 법령의 체계를 무시하면서까지 하자를 폭넓게 인정하면서 그 보수비까지 과다하게 부담케 하는 지금 법원의 판단으로는, 손해의 공평 타당한 분담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신뢰는 원칙이 지켜질 때 생기기 마련이다. 법과 상식에 기반한 합리적 판단을 하고 당사자가 결과에 수긍할 수 있을 때, 법원 판단에 대한 일반의 신뢰가 유지되는 것이다. 법원은 이러한 기본적인 원리를 돌아볼 필요가 있으며, 이제라도 당사자 사이의 균형을 고려한 합리적인 판단을 하여 신뢰를 회복하여 나가야 할 것이다.
정홍식 변호사(법무법인 화인)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4070602584362007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