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와 건물 유지ㆍ관리를 담당하는 관계 부처는 다양한 연구 결과, 현장 실무 등을 반영하여 허용균열 폭을 제시하는데, 허용균열 폭 미만의 콘크리트 균열은 하자가 아니므로 보수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이 허용균열 폭을 제시한 이유는 콘크리트의 재료적 특성상 균열 발생 자체를 완전히 막을 수 없기 때문이며, 구조물의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미세 균열에 대한 기준을 정하여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현장에서도 전문가들이 정한 기준을 신뢰하여 허용균열 폭 미만 균열에 대해 별도로 보수를 하지 않거나 퍼티 작업 후 페인트를 칠하는 것으로 간단하게 보수를 해왔고, 위와 같은 방법으로도 충분한 보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리 법원은 허용균열 폭 미만 균열을 일률적으로 하자로 보며, 표면처리공법을 통해 하자보수비를 산정하도록 하여 시공사가 실무상 이루어지는 보수 방법 대비 10배나 비싼 비용을 부담하도록 판단해오고 있다. 이는 서울중앙지법이 2011년 건설감정실무를 발간하면서 위와 같이 판단하도록 제안하고 다수의 판결이 내려지면서, 법원 내에 일종의 판단 관행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이 건설감정실무를 바탕으로 이러한 관행적 판단을 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허용균열 폭 미만 균열도 표면처리공법을 통해 보수되어야 한다는 건설감정실무의 입장이 현실과 전혀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건물 유지ㆍ관리에 대해 규정한 관계 법령과도 상반되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나 행정청 내부 지침의 법원성을 부정하는 일반적 시각에 비추어 볼 때, 건설감정실무나 이에 따른 하급심의 관행적 판단을 명시적 법령에 우선하여 하자 및 보수 비용 산정의 근거로 삼는 것이 타당하다고 볼 수 있겠는가.
한편 서울중앙지법이 건설감정실무를 위와 같은 내용으로 발간하면서 일선 실무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였는지도 의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소속 조정위원과 감정인으로 구성된 TF팀을 구성하였고, TF팀은 2011년 3월22일부터 9월8일까지 총 16회 회의하여 건설감정실무를 발간하였다. 이 과정에서 TF팀은 2011년 7월18일과 8월29일 두 차례 유관단체 및 변호사 지정토론 세미나를 개최하였으나, 이미 TF팀이 12차례 회의하여 감정실무가 거의 완성된 상황이었고, 세미나에서 제기된 의견을 TF팀이 확인하는 수준에 그쳐 외부 전문가의 의견이 직접 반영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즉, 건설감정실무는 2011년 서울중앙지법 소속 전문가들의 주도하에 발간되었는데, 대법원이 직전인 2009년 허용균열 폭 미만 균열도 하자보수 대상이라 판단한 점을 고려하면, 전문가들이 소속 기관의 명시적 입장을 뒤집는 내용으로 실무집을 발간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은 감정 기준을 객관화하여 결과의 편차를 줄이고, 감정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건설감정실무를 발간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건설감정실무를 바탕으로 일률적 판단을 하면서 판단이 용이해지고 결과의 편차가 줄었다고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나 관계 법령을 무시한 채 허용균열 폭 미만 균열에 대해 일률적으로 표면처리공법을 통한 하자보수비를 산정하도록 하여, 감정과 법원 판단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당사자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으로 인해 감정인과 법원의 판단을 신뢰할 수 없게 되었는데, 실제 건설감정실무 발간 TF팀에 속한 한 감정인 역시 2014년 제출한 논문에서 실무집 발간에도 불구하고 원ㆍ피고 간의 입장 차이는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법원이 감정과 판단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판단의 편의에만 초점을 맞춰 합리성이 결여된 기준과 부당한 관행에 기댈 것이 아니라, 법과 상식이라는 기본적인 원칙을 바탕으로 판단하면 된다. 법원으로서는 기존 판단이 부당하였음을 인정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이 진정으로 판단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싶다면, 이제라도 기존의 잘못된 관행을 깨고 원칙에 근거한 판단을 하는 용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정홍식 변호사(법무법인 화인)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407210956548960740
학계와 건물 유지ㆍ관리를 담당하는 관계 부처는 다양한 연구 결과, 현장 실무 등을 반영하여 허용균열 폭을 제시하는데, 허용균열 폭 미만의 콘크리트 균열은 하자가 아니므로 보수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이 허용균열 폭을 제시한 이유는 콘크리트의 재료적 특성상 균열 발생 자체를 완전히 막을 수 없기 때문이며, 구조물의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미세 균열에 대한 기준을 정하여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현장에서도 전문가들이 정한 기준을 신뢰하여 허용균열 폭 미만 균열에 대해 별도로 보수를 하지 않거나 퍼티 작업 후 페인트를 칠하는 것으로 간단하게 보수를 해왔고, 위와 같은 방법으로도 충분한 보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리 법원은 허용균열 폭 미만 균열을 일률적으로 하자로 보며, 표면처리공법을 통해 하자보수비를 산정하도록 하여 시공사가 실무상 이루어지는 보수 방법 대비 10배나 비싼 비용을 부담하도록 판단해오고 있다. 이는 서울중앙지법이 2011년 건설감정실무를 발간하면서 위와 같이 판단하도록 제안하고 다수의 판결이 내려지면서, 법원 내에 일종의 판단 관행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이 건설감정실무를 바탕으로 이러한 관행적 판단을 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허용균열 폭 미만 균열도 표면처리공법을 통해 보수되어야 한다는 건설감정실무의 입장이 현실과 전혀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건물 유지ㆍ관리에 대해 규정한 관계 법령과도 상반되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나 행정청 내부 지침의 법원성을 부정하는 일반적 시각에 비추어 볼 때, 건설감정실무나 이에 따른 하급심의 관행적 판단을 명시적 법령에 우선하여 하자 및 보수 비용 산정의 근거로 삼는 것이 타당하다고 볼 수 있겠는가.
한편 서울중앙지법이 건설감정실무를 위와 같은 내용으로 발간하면서 일선 실무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였는지도 의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소속 조정위원과 감정인으로 구성된 TF팀을 구성하였고, TF팀은 2011년 3월22일부터 9월8일까지 총 16회 회의하여 건설감정실무를 발간하였다. 이 과정에서 TF팀은 2011년 7월18일과 8월29일 두 차례 유관단체 및 변호사 지정토론 세미나를 개최하였으나, 이미 TF팀이 12차례 회의하여 감정실무가 거의 완성된 상황이었고, 세미나에서 제기된 의견을 TF팀이 확인하는 수준에 그쳐 외부 전문가의 의견이 직접 반영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즉, 건설감정실무는 2011년 서울중앙지법 소속 전문가들의 주도하에 발간되었는데, 대법원이 직전인 2009년 허용균열 폭 미만 균열도 하자보수 대상이라 판단한 점을 고려하면, 전문가들이 소속 기관의 명시적 입장을 뒤집는 내용으로 실무집을 발간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은 감정 기준을 객관화하여 결과의 편차를 줄이고, 감정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건설감정실무를 발간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건설감정실무를 바탕으로 일률적 판단을 하면서 판단이 용이해지고 결과의 편차가 줄었다고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나 관계 법령을 무시한 채 허용균열 폭 미만 균열에 대해 일률적으로 표면처리공법을 통한 하자보수비를 산정하도록 하여, 감정과 법원 판단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당사자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으로 인해 감정인과 법원의 판단을 신뢰할 수 없게 되었는데, 실제 건설감정실무 발간 TF팀에 속한 한 감정인 역시 2014년 제출한 논문에서 실무집 발간에도 불구하고 원ㆍ피고 간의 입장 차이는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법원이 감정과 판단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판단의 편의에만 초점을 맞춰 합리성이 결여된 기준과 부당한 관행에 기댈 것이 아니라, 법과 상식이라는 기본적인 원칙을 바탕으로 판단하면 된다. 법원으로서는 기존 판단이 부당하였음을 인정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이 진정으로 판단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싶다면, 이제라도 기존의 잘못된 관행을 깨고 원칙에 근거한 판단을 하는 용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정홍식 변호사(법무법인 화인)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407210956548960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