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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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하자보수 4000만원 vs 400만원… ‘고무줄 감정’ 논란

202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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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하자소송서 최대 10배 차이 法 “재감정 결과 기준으로 판단”


건축 전문역량 갖춘 재판부 부족 “감정 시작단계부터 전문가 조력” 법원 ‘부실ㆍ과잉감정’ 손질 고심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아파트 하자소송에서 하자보수 비용에 대한 최초 감정 결과와 재감정 결과에 10배가량 차이가 나자 법원이 재감정 결과를 기준으로 하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놨다.

건설 분쟁을 둘러싼 ‘부실ㆍ과잉 감정’ 문제가 소송 장기화는 물론, 사회적 갈등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서부지원 민사합의1부(재판장 오흥록 부장판사)는 A씨 등 부산의 B아파트 주민 22세대가 시행사인 C사와 시공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총 222세대 규모인 B아파트는 2019년 1월 사용검사를 거쳐 입주가 시작됐다. 하지만 A씨 등은 미시공ㆍ변경시공과 부실시공 등으로 아파트에 하자가 발생했다며 세대당 3200여만원~5200여만원, 총 9억2000여만원(평균 42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나섰다.

하자소송에서는 하자의 범위와 보수비를 특정하는 게 핵심 쟁점이다. 건설 분야의 비(非)전문가인 판사들로서는 전문가의 감정 결과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법원 감정 과정에서 문제가 벌어졌다. 최초 감정인이었던 D씨가 ‘전면 철거 후 재시공’ 방법을 택하면서 세대당 4200여만원의 보수비를 산정했기 때문이었다. D씨는 타일과 강마루를 철거한 뒤 전면 재시공하기 위한 비용으로만 약 4억원(세대당 1783만원)이 필요하다는 감정 결과를 제시했다.

게다가 D씨가 내놓은 감정 결과는 A씨 등을 제외한 나머지 거의 모든 세대가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별도로 낸 하자소송과도 큰 차이가 났다. 나머지 세대가 낸 소송에서는 타일과 강마루 하자보수비로 약 2500만원(세대당 11만원)만 책정됐다.


이에 C사 등은 D씨가 제시한 하자 보수비가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불합리하다며 “새로운 감정인을 통해 전면 재감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통상 법원에서 재감정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감정 신청을 받아들여 나머지 세대가 제기한 소송의 감정인을 재감정인으로 선정한 뒤 “재감정 결과를 기초로 하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여러 개의 감정 결과가 있을 때 그 중 하나에 따라 사실을 인정했다면 경험칙이나 논리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적법하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재판부는 법원의 세대별 전수조사 명령에도 불구하고 D씨가 단 3세대만 현장조사를 해놓고도 ‘모든 세대’에 대해 ‘전면 철거 후 재시공’ 방법을 택하다 보니 “통상적인 하자보수비에 비해 현저히 거액의 감정금액이 산출됐다”고 지적했다.

C사 등의 이의 제기에 따라 법원의 전문심리위원들까지 참여시켜 현장검증을 했는데도 ‘전면철거 후 재시공’이 적절한 하자보수 방법인지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게 재판부의 지적이다.


심지어 전문심리위원들은 현장검증 이후 ‘D씨가 작성한 감정서 및 사실조회회신 내용을 보면 감정업무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해 보인다’는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내놓기도 했다.

다만 재판부는 0.3㎜ 미만인 층간 균열에 대해서도 충전식 보수공법을 적용해야 하고, 욕실 벽ㆍ바닥이나 발코니 바닥 등에 대한 액체방수 두께 부족 등은 하자가 맞다고 봤다. 그 결과 C사의 손해배상 책임은 하자보수 비용의 85%인 8500여만원(세대당 평균 390여만원)으로 책정됐다. 당초 A씨 등이 청구한 금액의 9%가량만 받아들여진 셈이다.

C사 등을 대리한 법무법인 화인의 민혁준 변호사는 “감정 방법에 대해 표준화된 기준이 없을 뿐만 아니라 건축에 대한 전문적 역량을 갖춘 재판부가 부족한 상황에서, 명백히 불합리한 감정 결과가 마치 ‘금과옥조’처럼 다뤄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재감정이 진행돼 불합리한 판결은 피할 수 있었지만, 재감정은 통상 하자소송 진행 과정에서 극히 예외적이라는 게 민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합리성을 결여한 감정 결과와 그에 따르는 판결을 방지하려면 감정 시작 단계부터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은 노력이 손해액을 줄이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법원도 ‘고무줄 감정’ 제도를 손보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대법원장의 자문기구인 대법원 사법정책자문위원회는 지난 7월 제2차 회의에서 감정 절차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건의문을 채택했다.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건설ㆍ의료사건 등에 대한 감정 과정에서 감정 절차의 지연이나 감정인의 중립성, 감정 결과의 공정성ㆍ충실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은 만큼 감정 절차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다.

앞서 2022년 사법정책연구원이 건설 감정에 대한 변호사들의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만족한다’는 응답은 10%(매우 만족 1%, 만족 9%)에 그친 반면, ‘불만족’이라는 응답은 41%(불만족 33%, 매우 불만족 8%)에 달했다.


불만족의 원인은 △감정인의 능력과 자질 부족(42.3%) △감정인의 업무 소홀(39.2%) △감정인의 전문분야 불일치(35.1%) △감정인의 공정성 의심(32%) 순으로 나타났다.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41027144212845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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