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정홍식 법무법인 화인 대표변호사
아직도 표준시방서ㆍ법령 정비 미흡
공정한 결과 나오지 않는 경우 많아
로펌 규모보단 전문성 등이 더 중요
감정신청 관련 절차 꼼꼼히 살펴야
소규모 건설현장 개입할 방안 모색
공사관리 영역으로도 진출할 계획
“문제 있는 제도를 정비하면 하자소송이 저절로 없어질 것이라고 얘기하기 시작한 게 2006년쯤이니, 벌써 20년 가까이 됐네요. 하자소송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된다면, 건설사와 소비자 모두 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하자소송 전문가로 꼽히는 정홍식(67ㆍ사법연수원 16기) 법무법인 화인 대표변호사는 최근 <대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하자소송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최종 목표”라며 이 같이 밝혔다.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된 하자소송은 시공 결함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아파트 품질을 높인 반면, 이른바 ‘기획소송’ 등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 이처럼 하자소송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하자소송을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삼은 변호사가 ‘하자소송을 없애고 싶다’고 말하니 그 의미가 궁금해졌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하자소송이 불필요하게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와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이를 위해 관계기관과 관련 전문가들이 체계적으로 접근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관련 제도ㆍ환경이 제대로 정비되고 ‘하자소송을 해봐야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되면 자연스럽게 기획소송 등 하자소송을 둘러싼 문제도 사라지게 된다는 게 정 대표의 진단이다.
정 대표는 동성고와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조계에 입문했다. 1997년 8월 화인을 설립한 이래 지금까지 20년 넘게 한우물만 팠다. 그 결과 국토교통부 하자심사ㆍ분쟁조정위원장을 비롯해 국토부 공동주택관리 전문가위원, 법원 건설전담부 법관연수 강사, 대한상사중재원 건설분야 중재인, 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 한국토지주택공사 고문변호사 겸 계약심의위원, 경기도시공사 고문변호사를 지내는 등 전문성을 널리 인정받았다.
다음은 정 대표와의 일문일답.
우리나라 하자소송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제도적인 미비점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 정비되지 않은 표준시방서나 법령들이 많은데, 이 같은 제도적 문제로 공정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흔히 하자소송에서는 ‘감정인과 재판부를 잘 만나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현행 제도에 문제가 많다는 방증 아닌가. 어떤 감정인을, 어떤 재판부를 만나더라도 결과가 비슷해야 하는데, 감정인이나 재판부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다르다 보니 결과가 천차만별이다. 심지어 그동안 국가가 전문가들에게 맡겨 잘 만들어 놓은 제도나 기준을 아마추어 몇 사람이 망가뜨려 놓은 경우도 있다.
‘기획소송’에 대해서도 변호사들이 내용을 잘 모르는 입주자들을 부추겨서 하자소송을 제기하게 한 뒤 부당이득을 챙긴다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런데 기획소송만 비난할 게 아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기존 제도를 망가뜨린 게 더 큰 구조적 문제다. 이를 개선하려면 전문가들이 모여 심도 있는 토론과 논의를 통해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법령 개정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이 있다면 건설사들이 앞장서야 한다. 건설사들이 소송정보를 공유하고 일률적으로 대응한다면 건설분쟁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다 공정한 소송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본다.
건설사들이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하자소송 등 건설분쟁 사건을 단순히 손해배상 소송쯤으로 여기고 변호사라면 누구라도 사건을 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의료소송이나 지적재산권 분야와 마찬가지로 건설분쟁 사건 역시 실무 전문 엔지니어와 협업해야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특히 로펌의 규모보다는 이 같은 시스템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공부하면서 소송을 수행할 수 있지 않느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지만,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웬만큼 알면서 실무 엔지니어와 협업해도 부족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또한, 기술 지원만 의뢰하고 정작 변론은 대형 로펌이나 경험이 부족한 다른 로펌에 의뢰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안타까울 따름이다.
1심에서 크게 패소한 건설사가 판결문을 들고 찾아와 ‘항소하면 이길 수 있겠느냐’고 상담하는데, 사건을 들여다보면 ‘배가 산에 가 있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맡아 항소했더라면 하자보수금을 수십억원은 줄일 수 있었을텐데, 항소하지 않는 대신 1심 판결대로 합의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무척 안타까웠다.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하자소송 등 건설분쟁 사건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다른 문제가 있다면.
소송 전 절차적 요건이 결여되거나, 부실한 문서관리 등 사건 이전 단계에서의 흠결뿐만 아니라 법원 감정신청과 관련된 중요한 절차를 간과하는 아쉬운 사례들이 많다. 상대방의 감정신청에 대한 의견서 제출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모르다 보니, 나중에는 전혀 수긍할 수 없는 감정 결과를 받아들게 되면서 망연자실한 경우도 많이 봤다.
게다가 감정인은 ‘준사법관’이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임의로 만날 수 없고, 만나서도 안 된다. 항상 법원을 통해서만 의견이나 의사를 전달해야 되는데, 대부분 이를 잘 모르고 있다.
또한 ‘감정인은 한정된 시간에 한정된 인력을 투입해서 감정결과를 법원에 제출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감정을 신청하거나 감정신청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심한 경우에는 감정인이 다 알아서 해주는 것으로 착각하고 감정을 신청하거나 의견서를 제출하다 보니 엉뚱한 감정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전문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법조인들은 일반인과 별반 차이가 없다. 당초 잘못된 감정서를 작성할 때보다 훨씬 많은 인원과 노력을 투입하더라도 잘못된 감정결과를 뒤집기 쉽지 않다.
로펌 내 업무 시스템 개선을 위해 준비하는 부분이 있다면.
화인은 지금까지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데이터로 전산화하고, 최신 판결과 사건정보를 수집해 의뢰인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건설분쟁 해결 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이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시장 동향을 주시하면서 AI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있다. 향후 고객들에게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는.
우선 하자소송이 공정하고 객관화될 수 있도록 실무적 관점에서 제도 개선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기할 예정이다.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될지언정 이를 사명으로 삼고 계속할 것이다.
또한 공동주택 하자소송에서 여러 공종과 항목들 중에는 하자 여부가 아직 불분명한 것들이 많다. 시공사의 시공능력에 따라 주로 소규모 현장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하자도 많다. 이 같은 소규모 건설현장에 개입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울러 수천건의 건설분쟁 경험을 바탕으로 공사관리 영역으로도 진출할 계획이다. 화인은 기성고 관리와 품질 관리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안전관리와 관련된 자문도 제공할 것이다.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408250400292150732
[파워인터뷰] 정홍식 법무법인 화인 대표변호사
아직도 표준시방서ㆍ법령 정비 미흡
공정한 결과 나오지 않는 경우 많아
로펌 규모보단 전문성 등이 더 중요
감정신청 관련 절차 꼼꼼히 살펴야
소규모 건설현장 개입할 방안 모색
공사관리 영역으로도 진출할 계획
“문제 있는 제도를 정비하면 하자소송이 저절로 없어질 것이라고 얘기하기 시작한 게 2006년쯤이니, 벌써 20년 가까이 됐네요. 하자소송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된다면, 건설사와 소비자 모두 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하자소송 전문가로 꼽히는 정홍식(67ㆍ사법연수원 16기) 법무법인 화인 대표변호사는 최근 <대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하자소송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최종 목표”라며 이 같이 밝혔다.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된 하자소송은 시공 결함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아파트 품질을 높인 반면, 이른바 ‘기획소송’ 등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 이처럼 하자소송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하자소송을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삼은 변호사가 ‘하자소송을 없애고 싶다’고 말하니 그 의미가 궁금해졌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하자소송이 불필요하게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와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이를 위해 관계기관과 관련 전문가들이 체계적으로 접근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관련 제도ㆍ환경이 제대로 정비되고 ‘하자소송을 해봐야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되면 자연스럽게 기획소송 등 하자소송을 둘러싼 문제도 사라지게 된다는 게 정 대표의 진단이다.
정 대표는 동성고와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조계에 입문했다. 1997년 8월 화인을 설립한 이래 지금까지 20년 넘게 한우물만 팠다. 그 결과 국토교통부 하자심사ㆍ분쟁조정위원장을 비롯해 국토부 공동주택관리 전문가위원, 법원 건설전담부 법관연수 강사, 대한상사중재원 건설분야 중재인, 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 한국토지주택공사 고문변호사 겸 계약심의위원, 경기도시공사 고문변호사를 지내는 등 전문성을 널리 인정받았다.
다음은 정 대표와의 일문일답.
우리나라 하자소송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제도적인 미비점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 정비되지 않은 표준시방서나 법령들이 많은데, 이 같은 제도적 문제로 공정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흔히 하자소송에서는 ‘감정인과 재판부를 잘 만나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현행 제도에 문제가 많다는 방증 아닌가. 어떤 감정인을, 어떤 재판부를 만나더라도 결과가 비슷해야 하는데, 감정인이나 재판부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다르다 보니 결과가 천차만별이다. 심지어 그동안 국가가 전문가들에게 맡겨 잘 만들어 놓은 제도나 기준을 아마추어 몇 사람이 망가뜨려 놓은 경우도 있다.
‘기획소송’에 대해서도 변호사들이 내용을 잘 모르는 입주자들을 부추겨서 하자소송을 제기하게 한 뒤 부당이득을 챙긴다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런데 기획소송만 비난할 게 아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기존 제도를 망가뜨린 게 더 큰 구조적 문제다. 이를 개선하려면 전문가들이 모여 심도 있는 토론과 논의를 통해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법령 개정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이 있다면 건설사들이 앞장서야 한다. 건설사들이 소송정보를 공유하고 일률적으로 대응한다면 건설분쟁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다 공정한 소송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본다.
건설사들이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하자소송 등 건설분쟁 사건을 단순히 손해배상 소송쯤으로 여기고 변호사라면 누구라도 사건을 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의료소송이나 지적재산권 분야와 마찬가지로 건설분쟁 사건 역시 실무 전문 엔지니어와 협업해야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특히 로펌의 규모보다는 이 같은 시스템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공부하면서 소송을 수행할 수 있지 않느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지만,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웬만큼 알면서 실무 엔지니어와 협업해도 부족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또한, 기술 지원만 의뢰하고 정작 변론은 대형 로펌이나 경험이 부족한 다른 로펌에 의뢰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안타까울 따름이다.
1심에서 크게 패소한 건설사가 판결문을 들고 찾아와 ‘항소하면 이길 수 있겠느냐’고 상담하는데, 사건을 들여다보면 ‘배가 산에 가 있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맡아 항소했더라면 하자보수금을 수십억원은 줄일 수 있었을텐데, 항소하지 않는 대신 1심 판결대로 합의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무척 안타까웠다.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하자소송 등 건설분쟁 사건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다른 문제가 있다면.
소송 전 절차적 요건이 결여되거나, 부실한 문서관리 등 사건 이전 단계에서의 흠결뿐만 아니라 법원 감정신청과 관련된 중요한 절차를 간과하는 아쉬운 사례들이 많다. 상대방의 감정신청에 대한 의견서 제출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모르다 보니, 나중에는 전혀 수긍할 수 없는 감정 결과를 받아들게 되면서 망연자실한 경우도 많이 봤다.
게다가 감정인은 ‘준사법관’이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임의로 만날 수 없고, 만나서도 안 된다. 항상 법원을 통해서만 의견이나 의사를 전달해야 되는데, 대부분 이를 잘 모르고 있다.
또한 ‘감정인은 한정된 시간에 한정된 인력을 투입해서 감정결과를 법원에 제출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감정을 신청하거나 감정신청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심한 경우에는 감정인이 다 알아서 해주는 것으로 착각하고 감정을 신청하거나 의견서를 제출하다 보니 엉뚱한 감정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전문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법조인들은 일반인과 별반 차이가 없다. 당초 잘못된 감정서를 작성할 때보다 훨씬 많은 인원과 노력을 투입하더라도 잘못된 감정결과를 뒤집기 쉽지 않다.
로펌 내 업무 시스템 개선을 위해 준비하는 부분이 있다면.
화인은 지금까지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데이터로 전산화하고, 최신 판결과 사건정보를 수집해 의뢰인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건설분쟁 해결 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이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시장 동향을 주시하면서 AI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있다. 향후 고객들에게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는.
우선 하자소송이 공정하고 객관화될 수 있도록 실무적 관점에서 제도 개선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기할 예정이다.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될지언정 이를 사명으로 삼고 계속할 것이다.
또한 공동주택 하자소송에서 여러 공종과 항목들 중에는 하자 여부가 아직 불분명한 것들이 많다. 시공사의 시공능력에 따라 주로 소규모 현장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하자도 많다. 이 같은 소규모 건설현장에 개입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울러 수천건의 건설분쟁 경험을 바탕으로 공사관리 영역으로도 진출할 계획이다. 화인은 기성고 관리와 품질 관리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안전관리와 관련된 자문도 제공할 것이다.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408250400292150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