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건설공사에서 발주자는 시공자와 계약을 체결하고, 시공자는 다시 하도급업자들과 계약을 체결하여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계약관계에 따르면 발주자는 공사대금을 시공자에게만 주면 되고, 시공자는 발주자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았는지와는 실상 하등의 관계없이 하도급업자들에게 하도급대금을 주어야 한다. 그런데 하도급업자가 시공자로부터 하도급대금을 받지 못한 경우, 이를 발주자에게서라도 받기 위하여 실무상 직불확약서나 채권양도서류 등을 작성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과연 하도급업자는 시공자가 아닌 발주자에게 하도급 대금을 받을 수 있을까? 또 받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할까?
하도급법상의 직불청구권
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이라고만 함) 제14조는 하도급대금의 직불 사유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1) 원사업자(시공자)에게 지급정지·파산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 2) 발주자가 직접 지급하기로 발주자·시공자·하도급업자 간에 합의를 한 경우 3)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 2회분 이상을 지급하지 아니한 경우 4)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시공자가 아닌 발주자에게 직접 공사대금을 요청할 수 있다. 위 각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직불합의서를 굳이 작성하지 않더라도 법률상으로 직접 지급청구를 하는 것이 가능해지지만, 그 사유의 발생 여부에 관하여 다툼이 있을 수 있으므로 직불합의서 작성이 가능하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한편 발주자를 제쳐놓고 시공자와 하도급업자 간에만 직불합의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시공자와 하도급업자간에 일종의 채권양도로 인정될 여지는 있을지언정 하도급법상의 직불청구로 해석되지는 않으며, 한발 더 나아가 발주자도 동의한 것처럼 합의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사문서위조 등의 범죄가 성립할 수 있으므로 지양해야 하겠다.
직불청구를 할 수 없는 경우
한편 발주자가 시공자에게 공사대금을 주었는데, 시공자가 하도급업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주지 않아 결과적으로 하도급법상의 직불청구권이 발생하는 경우, 발주자는 시공자에게 돈을 주고도 하도급업자에게 하도급대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또 지급해야 할까?
하도급법 제14조 제4항은 "제1항에 따라 발주자가 해당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할 때에 발주자가 원사업자에게 이미 지급한 하도급 금액은 빼고 지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발주자가 이미 시공자에게 대부분의 기성금을 지급하여 시공자에게 지급할 기성금액이 하도급업자의 하도급대금보다 적게 남았다면 남은 금액의 한도에서만 지급하면 되고, 시공자에게 공사대금을 다 지불하여 공사대금이 한 품도 남지 않았다면 당연히 하도급업체에게 역시 한푼도 지급할 의무가 없다 하겠다.
결론
위에서 보는바와 같이 하도급법은 발주자·시공자·하도급업자간에 3면 합의가 없더라도 일정 조건만 달성하면 발주자가 하도급업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발주자가 이미 시공자에게 기성금을 다 줘버렸다면 의미가 없으므로, 하도급업자는 계약상 약정된 기성금 지급일 기준으로 2회 이상 연체된 경우 등 직불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조속히 발주자에게 직접 지급을 요청하는 것이 좋겠고, 발주자는 이미 지급한 금액이 있다면 위와 같은 사유로 항변하면 된다 하겠다.
정홍식 변호사 (법무법인 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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