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하자소송 민낯] 도마위 오른 법원 건설감정실무
18일 열린 ‘공동주택 하자소송의 문제점’ 포럼에서는 전국 최대 규모의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의 ‘건설감정실무’도 도마 위에 올랐다.
건설감정실무는 감정 결과 편차에 따른 소모적인 소송을 예방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건설소송실무연구회가 지난 2011년 처음 만든 이후 2016년 한 차례 개정됐다.
하지만 건설산업의 전문적인 측면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개정작업도 극히 일부에 의해 주도되는 등 전문성과 다양성 확보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법무법인 화인의 김종남 변호사는 이날 ‘건설감정실무의 문제점’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대표적인 문제로 층간균열 보수방법을 꼽았다.
아파트 등 고층건물을 지을 때 한꺼번에 모든 층을 짓는 것은 불가능하고, 콘크리트 특성상 한 층씩 쌓아 올리게 된다. 이때 콘크리트가 굳는 시간 차이 때문에 위아래층의 콘크리트가 만나는 부분(층이음부)에서 미세한 균열이 발생하게 된다.
과거 법원은 △층간 균열폭이 0.3㎜ 미만인 경우 접착제와 방수페인트를 칠하는 ‘표면처리공법’을 △균열폭이 0.3㎜ 이상인 경우 균열 부위를 V자나 U자로 파내고 보수재를 채워 넣는 ‘충전식 보수공법’을 적용해 보수비를 산정해왔다. 비용으로 따지면 ‘충전식〉주입식〉표면처리공법’ 순으로, 충전식 공법을 적용하면 보수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2016년 개정된 건설감정실무가 균열 폭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충전식 공법을 적용해 보수비를 산정하도록 지침이 바뀌면서 과잉 감정이 속출하고 있다는 게 김 변호사의 지적이다.
광주고법도 최근 층이음부에 방수키가 시공돼 있다는 점을 전제로 층간 균열이라도 0.3㎜ 미만 부분에 대해서는 표면처리공법으로 보수해도 무방하다고 판결하면서 “개별적인 사정을 따져보지 않고 무조건 2016년 건설감정실무에서 정한 기준을 마치 ‘금과옥조’처럼 받아들여 균열 폭에 관계없이 충전식을 고집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게다가 개정 이후 7년이 지나다 보니 최근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하자 항목에 대한 판단 기준이나 보수방법, 보수비 산정 기준 등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층간 소음이나 붙박이 가구의 오염물질 방출량 기준 초과 등은 전혀 반영되지 못한 실정이다.
김 변호사는 “건설감정실무는 객관적인 감정기준을 정립하지도, 실무상 변화와 기술 발전, 자재 개발 등을 반영하지도 못했다”며 “그런데도 법원은 건설감정실무에 절대적인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많은 법원에서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는 건설감정실무가 행정규칙인 건축공사표준시방서 등의 기준ㆍ지침보다 더 높은 기준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건설감정실무 개정과 함께 법원이 하자소송에서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사용하려면 최소한의 법적 효력을 부여하기 위한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만들어 건설감정기준이나 공동주택에 대한 하자감정기준을 만들고 이를 관련 법령에 포함시키는 방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기존에는 건설감정실무를 발간ㆍ개정할 때 건설전담 재판부 판사들과 일부 감정인, 변호사들만 참여했다면, 앞으로 개정 과정에서는 공동주택 하자와 관련된 모든 당사자들이 폭넓게 참여해 의견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307181638500220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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