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하자소송 민낯] 대경 공동주택 하자소송 포럼
하자소송 법원 감정인 재량 너무 커 /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차이
감정인마다 동일 항목도 제각각 / 객관적ㆍ공정한 감정기준 개선 요구 / 소송환경 변화에 지속적 개정 필요
아파트 등 공동주택 하자소송 과정에서 법원 감정인의 재량이 너무 크다 보니 ‘과잉 감정’이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동일한 감정항목이라도 감정인마다 기준이 다르다 보니 감정금액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차이 나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다.
법조계ㆍ학계ㆍ주택업계 전문가들은 감정인 선정 단계부터 감정업무 수행 단계, 감정 결과에 대한 법관의 평가 단계 전반에 걸쳐 객관성과 공정성이 이어질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화인의 정유리 변호사는 1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공동주택 하자소송의 문제점’을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어느 감정인이 감정을 진행하더라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객관적이고 합당한 감정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하자소송 등 건설 관련 분쟁에서는 감정 결과가 소송의 승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하자의 종류와 원인 등이 다양하고 복잡해 이를 해결하려면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만큼, 건설 분야의 비(非)전문가인 판사들로서는 감정 결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상 법원에서는 매년 9월께 공고를 내고 감정인 등록 신청을 받은 뒤 심사를 거쳐 12월께 감정인 명단을 만든다. 이 명단은 1년간 유지되고, 다음해 12월에 갱신된다. 감정인은 여러 법원에 중복 등록할 수 있다.
실제 사건에서는 전산 프로그램을 통해 감정인을 무작위로 선정하는 게 원칙이다.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무작위로 감정인 후보 3명을 정한 뒤 감정료 견적 등을 받아보고 양쪽 당사자의 의견을 참고해 선정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감정인 선정 단계부터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감정인들이 담합해 감정금액을 과도하게 산출하거나, 처음 감정료 견적을 낼 때에는 낮은 가격을 써냈다가 감정인으로 지정된 이후에는 과도한 추가감정료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하자감정 이력이 많은 감정인에게 감정이 몰리다 보니 감정 회신이 늦어져 소송이 장기화되거나, 감정 지연에 따른 페널티를 피하기 위해 암암리에 불법으로 ‘감정 하도급’을 주는 사례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과잉ㆍ부실 감정이다.
정 변호사는 “동일한 감정항목이라도 감정인마다 다른 기준으로 보수비를 산정하다 보니 문제가 많다”며 “전문지식과 시공 경험, 감정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감정의견을 내기보다는 기존 판결례나 감정 사례를 그대로 옮기는 부실감정 사례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정의 객관성ㆍ공정성을 확보하려면 보다 객관적이고 명확한 감정 기준이 제시돼야 하고, 감정 기준도 소송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개정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법원이 감정인을 통제할 제도적 장치나 실효성은 미흡한 실정이다. 지금은 재판이 끝난 뒤 재판장이 감정인을 평가해 연말에 부적격자를 가리는 사후관리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형범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관리본부장도 지정토론에서 “법원 소속이 아닌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감정인이 감정을 신청한 소송 당사자로부터 감정보고서의 대가를 지급받는 하자소송 감정은 원초적인 문제가 있다”며 “‘부적격’ 감정인에 의한 부실ㆍ과잉 감정은 물론, 하자보수비용이 과다 책정되고 소송이 장기화되는 등 입주민은 물론 시공사ㆍ시행사 등 소송 당사자들의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획소송에 대해서도 김 본부장은 “입주자에게 하자보수가 아닌 하자소송을 선택하도록 한 뒤 과다한 소송비용 등을 부담하게 해 아파트 유지보수를 위해 쓰여야 할 하자판결금이 결국 불필요한 곳에 쓰이게 돼 충분한 하자보수 공사비 확보가 어렵게 된다”며 “하자소송은 부실시공, 불성실한 하자보수가 발생했을 때 입주민의 권리찾기 차원에서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재현 호남대 건축학과 교수는 “감정인들의 자격 요건에 특정 분야의 전문 경험을 반영하도록 해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중재나 조정 기구를 활용해 소송을 피하는 대신 당사자들이 협상을 통해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307181624006570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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