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파트 하자소송과 관련해 재판부별로 판결이 엇갈리고 있다. 액체방수 두께 부족이나 층간균열 보수공법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다른 공종에서도 엇갈린 판결이 많다.
하지만 어느 경우에나 사실관계, 즉 현장 상황은 동일한데도 판결이 엇갈린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해보인다.
그 이유는 대략 두 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선 민사소송법의 대원칙인 변론주의에 따라 시공사 측이 주장하지 않았거나 주장을 부실하게 하는 등 주장과 입증을 제대로 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결이 갈릴 수 있다.
변론주의와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재판부 입장에서는 당사자가 주장한 것만 판단할 수밖에 없고 당사자의 주장 차이에 따라 얼마든지 판결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을 하는 과정에서 이 양심의 차이에 따라 판결이 엇갈릴 수도 있다.
하지만 법과 양심의 차이가 아니라 법관들의 건축에 대한 기초지식 부족으로 판결이 엇갈린다면 법원 전체의 신뢰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그 억울함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를 뿐만 아니라 나아가 국가의 존립 이유마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런 법원 판결에 일부 감정인들도 일조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예컨대 액체방수 두께 부족이나 미장모르타르, 미장뿜칠 등의 경우 준공도서에 아무런 두께 관련 기재 내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인들이 임의적으로 자신들의 경험칙상 적어도 어느 정도의 두께를 충족시켜야 된다고 하면서 일정한 두께를 기준점으로 정한 후 부족한 두께 상당의 시공비 차액 상당액을 감정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특히 액체방수의 경우에는 2013년도 건축공사표준시방서에 방수몰탈 두께로 4㎜ 정도의 두께이면 충분한 것으로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감정인들이 ‘준공도서에 두께 관련 기재가 없다’고 하면서 바닥은 10㎜, 벽체는 6㎜를 기준으로 시공비 차액을 산정하고 있는 건 너무 자의적인 감정이라고 볼 수 있다.
주장을 안 하거나 주장을 잘못해서 피해를 입는다면 자신의 재산은 자신이 처분할 수 있다는 사적자치의 원칙상 당연한 것이다.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건축에 대한 기초지식이 부족해서 판결이 엇갈리고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액체방수 두께 부족이나 층조인트 균열보수 공법, 이외에도 많은 공종에서 그러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정들이 조금씩 엿보여 심히 걱정된다.
정홍식 변호사(법무법인 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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