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500세대 규모의 사용승인 후 3년차의 한 아파트 단지에 하자소송이 진행 중임을 가정하고, 예컨대 10명의 감정인에게 동일한 감정조건의 하자보수비 감정을 진행하게 했을 경우, 세대당 300만원에서 800만원 전후의 감정금액이 각각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우리나라 아파트는 규격화되어 있기 때문에 골조의 경우에는 시공상의 차이가 거의 없고, 마감의 차이만 다름에도 불구하고 여러 감정기준 및 준공도서의 흠으로 인해 감정 결과에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외벽, 계단실, 지하 주차장, 층조인트 균열보수비만으로도 세대당 300만원 전후를 산출해 낼 수도 있고, 액체방수 두께 부족, 타일 뒷채움 불량, 부착강도 부족 등 기타 수많은 하자 항목에서 세대당 300만원 전후로 쉽게 보수비를 산출해 낼 수도 있다. 일부 하자항목에 대해 감정인의 재량으로 철거 후 재시공으로 보수비를 산출한다면, 세대당 800만원 전후는 어렵지 않게 산출해낼 수 있는 것이 법원 감정의 실상이다.
그러면 누가 감정하더라도 객관적이고 공정한 감정기준을 제정할 수는 없는 것일까?
보통 한 감정서에 400개 내외의 많은 항목들이 산재해 있어서 일응 그 기준을 제정한다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큰 보수 금액이 산출되는 몇 개의 공종에 대해서만이라도 그 기준을 명확히 제정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우선은 하자소송에서 반복적으로 다대하게 발생하는 균열보수비, 액체방수 두께 문제, 타일 뒷채움 부족과 부착강도 부족 문제, 준공내역서 등 기준 제정이 필요한 하자 항목을 선정해야 할 것이다. 선정된 각 공종별로 관련학회, 연구원 등 전문기관과 관련 협회 및 단체 등에서 많은 지식과 경험을 축적한 전문가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필자가 경험해서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는 감정금액의 차이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감정기준의 미흡으로 인한 개별감정의 결과 때문이지, 법령 또는 시공상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크게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자 감정의 문제점을 인식하는 관련 이해관계자들로 하여금 하루빨리 위 몇 개의 공종만이라도 객관적이고 공정한 감정기준이 제정되는 방안이 논의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홍식 변호사(법무법인 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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