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하자감정 기준도 통일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자해결 기한을 규정하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나와 업계 혼란이 예상된다. 대단지 주택의 경우 하자 조치를 하는데 상당 시일이 필요하다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와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통일된 하자감정 정립이 우선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주택건설공사 현장에 상주하는 감리자가 사전 방문 시 하자에 대한 조치기한을 설정하는 내용의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지난해 12월 국회는 부실감리로 인한 붕괴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주택공사 현장에 상주하는 감리자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도 시행령을 개정해 근거 규정을 마련하면서 그동안 민원이 있었던 하자 조치기준을 정비한 것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사업 주체가 사전 방문 시 발견된 하자에 대해 조치기한을 입주예정자와 협의할 경우, 사용검사 후 180일 이내(중대하자는 90일 이내)에 조치를 완료하도록 협의하라고 규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입주예정자가 사전 방문 시 발견한 하자들이 실제 입주가 이뤄질 때까지 해결되지 않아 개선해 달라는 민원이 있어 이번 시행령 개정에서 함께 다루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하자 감정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처리기한을 규정했다는 점이다. 현재 통용되는 공동주택 하자 감정 기준은 두 가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건설소송실무연구회에서 발간한 '건설감정실무'와 국토부 고시 '공동주택 하자의 조사, 보수비용 산정 및 하자판정기준'이다. 전자는 하자 분쟁이 소송으로 이어졌을 경우 재판부 판결의 기준으로 쓰이고, 후자는 국토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서 활용하는 행정규칙이다.
그러나 두 기준은 하자소송의 주요 쟁점 사안인 외벽 콘크리트 균열의 보수 비용산정 방식이나 비 단열공간(테라스) 결로의 보수 여부 판단 기준 등에서 서로 다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하자소송 당사자들이 각자가 유리한 기준을 근거로 내세워 분쟁이 평행선을 달리게 되는 원인이다. 업계에서 이번 시행령 개정을 문제 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국토부 발표한 통계 따르면 5년간 국토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가 처리한 아파트 하자 분쟁은 4000여 건에 이른다. 이 중 최종 하자로 판정된 비율은 60.5%다.
장혁순 법무법인 은율 변호사는 "하자 처리 기준을 규정하기에 앞서 서로 다른 두 기준을 통합해 명확화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기준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하자에 대한 시공사와 입주자의 생각이 다를 경우 분쟁이 발생하고 합의에 이르는 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180일이라는 기간이 지켜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실효성 지적도 뒤따른다. 황석현 법무법인 화인 변호사는 "180일, 90일이 합리적인 기간 설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공동주택의 경우 1만 가구 규모로 지어지기도 하는데, 대형 공동주택의 경우 이 기간 내 하자 여부를 판단하고 조치계획을 세우기는 결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자 조치계획을 세우려면 시공에 참여한 전문건설업체, 공종별 협력업체들과 모두 소통을 해야 한다"며 "사용검사를 받은 후부터 발견되는 하자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집중적으로 보수 요청이 접수되기 때문에 시공사가 상당한 업무 부담에 시달리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규정에 '입주예정자와 협의'라는 단서조항이 들어간 만큼 반드시 180일을 강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지만 업계의 해석은 조금 다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법령으로 처리기한을 명문화한 이상 현실적으로 가능한 하자 처리 기간과는 별개로 입주예정자와의 협의는 난항을 겪을 것"이라며 "시공사가 모든 부담을 떠안게 된 것"이라고 토로했다. 황 변호사는 "개정안에서 '가급적'이라는 문언을 추가해 해당 기간을 준수하는 것이 의무는 아니라는 점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의무조항을 삽입할 것이 아니라면 굳이 기한을 특정해 시행령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다음 달 17일까지 해당 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시하는 조치 기한을 늘리거나, 입주예정자와 협의해 기한을 연장할 수 있는 근거를 추가하는 등 업계의 의견에 따라 법령을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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