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 중소건설사 회장인의 역정
어느 중소건설사 회장은 감정서에 나타난 균열보수비에 대해 굉장히 화를 냈다. 소송이 제기되지 않았던 공동주택에 지금까지 지출되었던 균열보수비에 비해 월등히 큰 금액이 균열보수비로 산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훨씬 적은 금액으로 균열보수를 했음에도 20년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아무런 이상없이 잘 존립하고 있고 갈수록 공동주택에 대한 설계기준이나 감리 등도 더 고도화 되는데다 콘크리트 등 건축자재들도 점점 질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 였다. 그런데 사실 그 사건의 균열보수비는 다른 사건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훨씬 적은 금액이었고 상당히 합리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서 산출되었기 때문에 제3자가 보기에 화를 낼 이유가 별로 없었음에도 화를 냈던 경우에 비추어보면 균열보수비에 대한 건설사들의 불만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2. 감정서에 나타나는 균열의 종류와 보수공법
균열의 종류는 크게 허용균열폭 이상과 미만, 건식균열과 습식균열, 층간균열, 균열이 발생하는 내력벽균열, 비내력벽균열, 조적벽균열, 무근콘크리트균열, 베란다균열 등으로 분류될 수 있다. 현재 감정서에 나타나는 균열보수공법은 조적벽이나 무근콘크리트, 내력벽, 비내력벽 구별없이 허용균열폭 이상은 주입식, 미만은 표면처리식이 대세이고, 습식균열은 폭과 관계없이 주입식으로 보수비를 산출하고 있다.
3. 감정서에 나타나는 균열보수비
현재 감정서에 나타나는 균열보수비는 "천차만별"이라는 말이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구나 하는 것이 실감이 날 정도다. 감정인마다 수량측정방법, 보수공법, 보수단가, 보수의 필요성여부에 대한 기준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조적벽균열이나 지하주차장 바닦의 무근콘크리트 균열에 대한 보수공법도 모두 다르다. 습식균열의 경우에는 개념자체도 정립되어 있지 않아 감정인마다 다를 수 밖에 없다.
바탕만들기의 경우에도 개념이 명백히 정립되어 있지 않은데다 균열보수전에 균열부위 페인트 긁어내기와 균열보수 후 보수부위 청소가 바탕만들기 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균열보수 후에만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 균열보수전에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 아예 필요 없다는 주장 등 모두 엇갈리고 있다. 균열보수 후 보수부위 도장의 경우에도 모두 다르다. 콘크리트 구조체에 대한 도장방법으로는 뿜칠, 로울러칠, 붓칠이 있는데 감정인마다 다르고, 1회, 2회 등 횟수조차도 다르다.
붓칠을 적용하는 감정인도 있다.
외벽의 경우 공동주택 대부분이 고층이기 때문에 고소할증이 문제되는데 이에 대해서도 모두 다르다. 할증율도 다르고 적용여부도 다르다. 결국 경우의 수를 따져보면 현실적으로 수천가지의 보수비가 산출될 수 밖에 없다. 공동주택 1동에 대해 100명의 감정인이 각각 보수비 산출을 감정할 경우 100명 전부가 상이한 금액이 산출 될 것이고 그 금액차이도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에 이를 것이다. 건설사 입장에서 가장 최악의 경우, 예컨대 헤어크랙 수준의 미세균열이나 도장면 균열 등을 모두 수량으로 산출하고 물가정보지에서 가장 비싼 보수단가를 적용하는 등 최악의 경우만 적용하여 산출한다면 1동 균열보수비로 2~3억도 가능한 것이다. 실제 감정서에서 균열보수비만 1동당 1억원 넘는 경우가 종전에는 흔하게 있었다.
4. 재량의 범위
공동주택 하자를 보수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산출하는 일은 전문가인 감정인들이 해야 한다는 사실자체를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균열보수비 산출이 균열이 발생한 부위, 예컨대 내력벽구조체, 조적벽, 층조인트, 베란다, 무근콘크리트 등 어디에 존재하는지 여부와 균열폭 등을 고려하여 기술사나 건축사로서의 전문적인 경륜과 경력, 이러한 경륜에 기초한 양심에 따라 조사방법, 보수공법, 보수단가, 바탕만들기 여부, 도장방법과 횟수, 고소할증률 등을 적용하여 균열보수비를 산출하여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인 감정인들의 재량에 맡겨져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변호사나 건설사직원, 입주자들이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하자보수비 산출이 감정인들의 전적인 재량에 맡겨져야 하는 것인가.
어떤 객관적이고 공정하면서도 합리적인 범위내에서 제한되어야 하는 재량은 아닌가.
도한 만약 객관적이고 공정하면서 합리적인 제한을 한다면 그러한 재량의 범위를 제한하는 기준은 누가, 어떤 절차를 거쳐서 어떤 내용으로 정립할 것인가.
균열보수비 뿐만 아니라 공동주택이 내포하고 있는 수많은 공종에 대해 똑같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측면에서 근래에 서울중앙지방법원 건설실무연구회에서 발간한 "건설감정실무"는 앞으로 건설사들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데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본다.
5. 서울중앙지방법원 건설실무연구회에서 발간한 "건설감정실무"와 균열보수비
건설감정실무는 건설감정기준과 건설감정서 작성기준, 이 두가지 내용을 주측으로 하고 있다. 건설감정실무가 발간되기까지는 서울중앙지방법원 건설전담부 재판부 법관들과 명의 건설감정인들이 16차례의 회의와 5차례의 세미나, 전국 건설감정인들 전부에 대해 2회에 걸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과 진통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이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상당한 절차를 거쳐서 건설감정실무가 발간되었다고 하여 보완하거나 개선할 여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전체로 하여 건설감정실무를 발간하지 않았다는 것은 건설실무연구회 회장도 공표한 사실이다. 앞으로 계속하여 보완되고 개선될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건설감정실무에는 균열보수비와 관련하여 위와같은 수많은 문제점 중 균열보수단가 중 표면처리공법 단가와 바탕만들기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다. 바탕만들기는 전부도장의 경우에는 필요없고, 부분도장 즉 균열보수부위에 대해 도장할 경우에는 일부 필요하므로 비용을 산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었고, 앞으로도 있겠지만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도 있듯이 앞으로 게속 보완하고 개선하여 가장 객관적이고 공정하면서 합리적인 건설감정기준에 근접하는 기준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6. 앞으로의 과제
객관적이고 공정하면서 합리적인 건설감정기준을 정립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고 또한 시급히 정립되어야 할 과제이다. 만약 건설사들이나 건설협회등 건설관련 협회에서 제정한다면 설사 그 내용이 객관성, 공정성, 합리성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법원이나 입주자들, 감정인들이 객관성, 공정성, 합리성에 의문을 가질 것이고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서울중앙지방법원 건설실무연구회에서 건설감정기준을 재정하는 것도 역시 문제는 있다. 누가 실무작업을 주도하느냐에 따라 공정성에 의문을 갖는 이해관계인이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건설사들이 심도있게 고민해봐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법무법인 화인 변호사 정홍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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